
이란 전역에서 2주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도 사망자를 최소 116명으로 집계했으며, 구금자는 2,6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머리나 가슴에 실탄 또는 고무탄을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IHR은 “이란 당국이 60시간 넘게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한 상황”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전했다. 실제 사망자 수는 현재 집계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HR 이사인 마무드 아미리모가담은 “지난 3일간, 특히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차단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시위대 학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지 병원들도 환자 수용 능력을 초과해 혈액 공급 부족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눈에 총상을 입은 환자가 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테헤란의 한 의사를 인용해 6개 병원에서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실탄에 맞아 숨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국민들은 폭도들이 사회를 교란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폭동을 지시해 사회에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수의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더 중요한 의무”라며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 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앞서 “폭도와 대화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며 강경 진압을 지시했고, 모하메드 모하메디아자드 검찰총장도 “시위에 참여하면 누구든 신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사형 가능성까지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청년층과 중산층, 빈곤층까지 가세하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 반정부 구호가 등장했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정 복고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위는 이란 전역 31개주, 185개 도시, 574곳으로 확산되며 체제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이란 정부가 시위 참여자들을 죽이기 시작하면 이란이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군사 표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습을 포함한 여러 공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일 이란 시위 관련 구체적인 대응책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이란 시민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도 공동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페르시아 민족이 폭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필요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확립된 이란 신정체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국의 강경 진압과 시위대의 충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정민 기자





